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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태권도 발차기로 되살린 남자

LA를 접수한 코리안 머슬킹, 머슬마니아 월드 PRO 조슈아 김

  • Editor. 이서현 기자
  • 입력 2023.03.22 18:00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23년 3월호(150호)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23년 3월호(150호)

지난해 11월 18~19일 미국 캘리포니아 아발론 할리우드에서 ‘2022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아메리카 위크엔드 in Hollywood’가 열렸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출전한 팀 코리아 선수들은 뛰어난 기량과 화려한 퍼포먼스로 전원 입상해 K-피트니스의 위상을 드높였다. 특히 태권도 발차기와 짐네스틱 동작인 옆돌기를 포징에 접목한 조슈아 김(한국명 김정석)은 머슬마니아 클래식 프로 2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부푼 꿈을 안고 떠난 미국에서 온갖 고난과 시련을 감내하며 머슬마니아 월드 프로 타이틀을 거머쥔 인간 승리의 아이콘, 조슈아 김을 소개한다.


 

 

Been Keeping Good!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흔하디흔한 명언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조슈아 김에게는 뼈에 사무치는 좌우명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푼 꿈을 안고 홀연히 떠난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체험했기 때문이다. 고단한 현실에 누군가 안부를 물으면 애써 “Been keeping good(잘 지내고 있어)”이라고 말했다는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23년 3월호(150호)

<맥스큐>와는 첫 대면이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정말 반갑다. 현재 미국에서 한인 이민 인구가 가장 많은 LA에서 살고 있는 조슈아 김(Joshua Kim)이다. 한국 이름은 김정석이고, 운동 코치로 일하고 있다.


운동 코치라면 피트니스 센터도 운영하는가?
그렇다. LA에서 JK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면서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과 한인 2세들에게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 또 LA 한국문화원에서 태권도 교육을 담당하면서 운동 분야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미국 생활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
고국인 한국을 떠난 지 벌써 20년이 훌쩍 지났다. 한국에서 체육대학을 졸업하고 3년 정도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다 미국으로 이민을 왔는데,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말도 안 통하고 미국 문화에도 적응하지 못해 힘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에는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했다.


그럼 미국에는 어떻게 정착하게 됐나?
오래전부터 미국 이민을 꿈꿔온 터라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미국 대학교에 입학해 학생 신분으로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했다. 많은 분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 이민 생활을 시작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 생활은 그야말로 무인도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라고 할까? 인종차별은 물론이고 생소한 미국 문화 때문에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터널에 갇힌 듯한 기분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어엿한 미국 시민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큰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다.


대단하다. 재미동포 최초로 <맥스큐> 표지모델이 됐다. 기분이 어떤가?
열혈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피트니스를 대표하는 <맥스큐> 표지를 장식할 수 있어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맥스큐>를 볼 때마다 나도 언젠가는 꼭 한번 멋진 표지모델이 돼서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와 영감을 주면 좋겠다고 꿈꿔왔는데, 막연했던 꿈이 드디어 실현됐다. 머슬마니아 코리아 프로모터이자 <맥스큐> 발행인인 김근범 대표를 비롯해 <맥스큐> 스태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23년 3월호(150호)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23년 3월호(150호)

 

One More Time!

미국의 심리치료사이자 카운슬러인 리처드 칼슨은 “상황이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고 미리 걱정하지 마라. 중요한 것은 당신이 ‘그래도’ 첫 번째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힘들다는 생각을 계속 떠올리면 더 괴롭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조슈아 김은 어떤 상황에서도 주저 없이 첫걸음을 내디뎠고, 원대한 꿈에 한 걸음씩 다가섰다.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23년 3월호(150호)

 <맥스큐> 애독자라니 운동을 꾸준히 해왔을 것 같다.
그렇다. 초등학생 때 태권도를 시작했는데, 우연히 참가한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을 때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그때부터 운동을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결심했고,  멋진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면서 지금까지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있다.


오랫동안 운동을 하다 보면 정체기를 겪게 되는데, 슬럼프는 없었나?
어릴 때부터 운동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서인지 특별한 슬럼프도, 운동에 싫증을 느낀 적도 없었다. 다행히 그동안 큰 부상을 당한 적도 없었는데, 일을 병행하면서 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지고 심하면 슬럼프로 이어질 수도 있어 마인드컨트롤을 하면서 이겨냈다.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우선 주변 환경부터 바꿔나갔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센터를 벗어나 LA 근교에서 하이킹,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운동 정체기를 또 다른 운동으로 극복했으니까 운동은 정말 내 운명인가 보다.(웃음) 


머슬마니아 대회에는 어떤 계기로 출전하게 됐나?
한인으로서 LA 현지에서 살다 보면, 소수민족을 겨냥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선입견을 경험할 때가 많다. 그래서 한인의 위상을 높이고 싶은 마음에 2014년부터 매년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 출전해왔다. 특히 작년에는 팀 코리아의 일원으로 한국 선수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고, 머슬마니아 클래식 프로 2위라는 값진 성과를 거둬 무척 뿌듯했다.


대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얻기는 힘든데, 아쉬웠던 적은 없었나?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대회에 출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사실 지난 2018년 세계대회에서 머슬마니아 보디빌딩 종목 월드 챔피언이 되었을 때도 매우 기뻤지만, 더 좋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매년 지난 대회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한다.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23년 3월호(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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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Master Key

세계 최고의 피트니스 쇼로 손꼽히는 머슬마니아는 대회마다 세계 최고의 몸짱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동양인이 서양인의 우월한 피지컬을 넘어서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조슈아 김은 어릴 때부터 연마해온 태권도를 무기로 차별화에 성공했고, 자신만의 ‘마스터키’로 만들었다.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23년 3월호(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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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서 아쉽게 1위를 놓쳤다. 당시 어떤 각오로 대회에 임했나?
작년 대회에는 이전 대회에 비해 특히나 피지컬이 좋은 선수가 많이 출전해 ‘과연 톱 3 안에 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프로 디비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아시안보다는 선천적으로 피지컬이 탁월한 백인, 흑인, 히스패닉 계열의 선수가 대부분이어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대에서 원 없이 즐기다 내려와 후회는 없었다.


특히 태권도를 접목한 포징이 인상적이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피지컬을 극복할 방법을 고민하다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비장의 카드로 태권도를 준비했다. 한국의 전통과 역사가 담긴 태권도 퍼포먼스를 펼치며 나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동시에 발차기 동작과 함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포징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운동은 내 삶의 무게중심이자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돌이켜보면 삶의 중요한 순간을 항상 운동과 함께했기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K-팝이나 K-드라마처럼, K-피트니스도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 또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로서 가정에 충실하면서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인 2세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며 한국인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심어주는 데 헌신하면서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맥스큐> 독자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미국에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면서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 선수가 많다. 타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지속적인 성원을 부탁드린다. 나도 2023년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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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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